피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얀 백사장, 산호섬, 푸른 바다가 아닌 피부가 검고 덩치가 큰 사람들이다. ‘불라!’ 라고 외치며 세상에서 가장 환하게 웃는 피지인들…. 생각해보면 여행을 다녀오고 가슴 한구석에 오래오래 남는 것은 풍광도 사진도 박물관에 있는 과거도 아닌 것 같다.

친근한 마법의 단어, 불라!

 

‘불라(Bula)!’는 안녕하세요? 라는 뜻의 피지 인사말이다. 해맑게 웃으며 항상 ‘불라’라고 먼저 인사하는 피지안들은 덩치가 크고 다소 무섭게 생겼지만 세계에서 가장 친근한 사람들로 잘 알려져 있다. 크루즈에서 만난 피지인 직원은 관광객들에게 농담을 던진다. “만약 스노클링을 하다가 상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광객들에게 호탕하게 웃으며 하얀이를 드러낸다. “Don’t worry!, Just say Bula! ” 피지인들의 순수함은 피지에 며칠만 머물어도 단박에 알게 된다. 그들의 전통댄스를 보면 남자들의 댄스는 공격적이고 파워풀하지만 여성들의 댄스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육중한 몸을 애교스럽게 흔들며 살랑살랑 웃는 그들을 보면 이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천사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들, 그들이 살고 있는 피지로의 여행은 도시에서 잠시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되찾게 해주는 따뜻한 시간이다.

진정한 파라다이스

 

남태평양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곳에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는 333개의 섬이 피지다. 다이애나 왕비와 찰스 황태자,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도 카리브해와 낭만적인 유럽여행을 제쳐두고 피지를 허니문 여행지로 선택했다. 미셀 파이퍼, 커트 러셀, 피어스 브로스넌, 빌 게이츠, 링고 스타, O.J. 심슨 등.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 커플도 다녀갔고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도 피지의 트레저 아일랜드, 비치 콤버 등에 매년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다행히도 우리는 하루 넘는 시간 동안 지구 반바퀴를 꼬박 돌아 힘들게 그곳에 오는 그들과는 달리 직항편이 있어 편안하게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에 닿을 수 있다.

아름다운 피지의 대자연은 10대의 브룩 쉴즈가 청초한 모습으로 출연했었던 <블루라군>, 톰 행크스의 <캐스트어웨이>를 통해 알려져 있기도 하다. 피지는 만만치 않은 비행시간 덕분에(?) 아직까지 한국인들이 많지 않다. 경비행기로 갈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점점이 뿌려진 작은 섬들에는 이름 모를 리조트들이 산재해 있다.

피지가 톱스타들의 동경의 대상의 이유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최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곳에선 누구나 진정한 ‘보통사람’으로 마음껏 행복해지고 사랑에 빠질 수 있으므로.

축복의 땅

 

사람이 아름답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 피지는 섬들을 둘러싼 산호의 반경이 무려 1만km나 된다고 한다. 두꺼운 산호층과 섬 일대를 떠바치고 있는 오래되고 침강하는 성질을 가진 대륙판 덕분에 피지는 자연재해로부터도 안전하다. 산업화로 인한 공해가 없고 남태평양 국가 중 유일하게 야생 들짐승, 독사, 해충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피지는 축복받은 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섬 하나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한산한 해변과 바다는 피지만의 매력이다. 노을이 지는 모래사장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손을 잡고 걸어보기, 쏟아질 듯 얼굴 가까이에 와있는 별들을 세며 해먹에 누워 노래 부르기, 지평선이 맞닿은 수영장에서 물 속에 녹아있는 별빛에 몸을 담그기. 이런 것들은 피지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직 피지에서만 …

 

어제와 오늘을 나누는 ‘날짜 변경선’ 보러 가기 : 피지는 남위 12-21°에 위치하며, 경도상으로 볼 때 176°E-178°W 선상에 위치해 있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타베우니(Taveuni) 섬 끝자락에 세워진 단촐한 경계선이 시간을 이분하고 있다. 왼쪽으로 한 발짝 가면 어제, 오른쪽으로 가면 오늘이다. 여느 관광지와는 달리 이곳엔 그 흔한 기념품 가게도, 심지어 이 곳을 경유하는 투어 코스도 없다. 세워진 지 백 년은 더 되어 보이는 오래된 교회당과 그 주위를 천진난만 하게 뛰어 노는 아이들뿐.

참치, 머드크랩 등의 신선한 먹거리 : 피지에선 참치를 얼리지 않고 바로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한 조각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 버려 아이스크림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환상의 맛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손낚시로 광어, 우럭을 쉽게 잡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잡은 신선한 횟감들을 두툼하게 썰어내 준비해 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것 또한 별미다. 랍스터도 좋지만 피지에선 머드 크랩을 꼭 맛보아야 하는데 살이 오동통해 먹을 것이 많고 감칠맛이 난다. 길을 가다가 운 좋게 머드 크랩을 팔고 있는 원주민을 만나, 차를 세워 흥정에 들어갔다. 손질은 솜씨 좋은 요리사에게 맡긴다. 맛은? 엄지를 치켜들 만큼 최고의 미식경험이다.

정글탐험? : 피지하면 바다가 떠오르지만, 산과 정글이 많아 다양한 육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마운틴 바이크, 래프팅, 트레킹 등…. 그 중에서도 퍼시픽 하버 지역을 가로지르는 줄 하나에 몸을 매달고 최장 2시간 동안 정글 탐험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색적이다. 헬멧, 벨트 등의 안전장비들은 모두 제공되니 걱정 붙들어 매고 편안히 자연에 몸을 맡겨보도록.

 

전 세계 부호들의 로망인 호화 리조트 : 피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리조트들과 호텔들이 산재한다. 알려진 대형 리조트 체인들도 많지만 섬마다 독특한 개인 리조트와 별장들도 셀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와카야 클럽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호화스러운 곳이었다. 전용 비행기로 난디 국제공항에서 35분, 연산호와 라군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십 가지 기이한 푸른색의 층이 무지개처럼 빛에 반사되는 섬으로 다가가니 와카야 클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아, 유럽, 남태평양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 와카야 클럽은 미국 영화배우이자 피지워터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가 소유하고 있다.

1부레 당 12명의 스태프들이 대기, 마치 황제가 된듯한 대접을 받는다. 술을 포함한 음료와 개별 주방장이 요리하는 최고급 식사, 선크림부터 슬리퍼, 피지 전통의상인 술루(Sulu)까지 꼼꼼히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피지워터를 비롯한 음료, 간식거리로 꽉 채운 냉장고, 인터넷, DVD, CD는 물론, 아이팟(I-Pod) 연결 코드까지. 때묻지 않은 자연을 동경하면서도 불편함은 싫어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취향에 꼭 맞도록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해양스포츠, 특히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 곳은 진정한 천국이다. 5박 이내의 짧은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하니 일정을 여유 있게 잡고 가서 느긋하게 즐길 것. 일생에 한 번쯤은 조심스럽게 꿈꾸어 볼만한 화려한 휴가다.

피지엔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숙소들이 존재한다. 다행인 것은 이렇게 최고급 리조트에 머물지 않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공평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피지인들의 미소와 아름다운 자연, 환상적인 바다, 바로 사람들이 피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피지를 다녀온 후 한 참 동안은 그리움에 가슴이 서늘했다. 마법의 주문이 필요할 때마다 “불라!” 하고 소리 내어 본다. 살아있는 천국은 그리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