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예술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의 흔적들이 가득한 섬, 나오시마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미술관처럼 지어진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구라시키 역시 잘 알려지진 않은 여행지이지만 골목골목에 매력이 가득한 도시다.

◆ 에도시대 거리 풍경 간직한 구라시키

혼슈와 시코쿠 사이에 있는 오카야마현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러나 전통 건축물을 비롯해 예스러운 정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세토 내해와 접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 오카야마현 남부에 있는 도시, 구라시키는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곳으로 일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에 막부의 직할 영지인 `덴료`로 번영을 누렸고, 물류 중심지로도 번성했다. 배를 이용한 수운을 통해서 다른 지방 특산물이 모여들었고, 구라시키 강을 따라 상인들의 가옥과 흰 색으로 칠한 창고가 늘어서게 되었다.

현재 구라시키 강변은 `미관지구`로 지정돼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짐차가 지나다녔던 돌길과 흰 벽의 창고는 지금 갤러리와 카페, 다양한 상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전통 가옥 사이에는 서양식 건물들이 뒤섞여 이국적인 멋도 풍긴다.

운하 주변에는 눈길을 끄는 볼거리가 많은데 흰색 회벽과 검은 기와가 조화를 이루는 구라시키 민예관을 비롯해 오하라 미술관, 유카타를 입고 촬영할 수 있는 구라시키 이야기관, 지방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한 고고관 등이 있다.

그 중 오하라 미술관은 1930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사립 서양 미술관으로 서양 명화와 일본 근현대미술, 동양의 고대미술, 민예운동과 관련한 작가의 작품 등 광범위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작은 마을에 이렇게 규모가 큰 미술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북쪽에 있는 혼마치와 히가시마치 역시 빼놓지 말고 둘러보자. 지금도 옛 상가 가옥과 격자창문이 달려 있는 상점, 주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옛날로 돌아간 듯하다. 게다가 흙벽 창고와 상가 가옥을 새롭게 단장한 카페와 갤러리, 선술집 등이 들어서며 새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 예술의 흔적 가득한 섬, 나오시마

이번에는 오카야마현 다마노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세토 내해에 위치한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찾아가보자. 오카야마에서 열차를 타고 우노까지 간 다음 우노항에서 페리를 타고 약 20분 달려가면 나오시마까지 갈 수 있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구사마 야요키의 작품, 붉은 호박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바다 옆에 만들어진 붉은색 조형물을 보는 순간, 예술의 섬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다.

섬 전체가 거대한 예술촌이라 할 수 있는 나오시마에는 여러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또 현대미술의 새로운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 섬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예술과 자연의 휴식`을 테마로 한 베네세 하우스는 호텔과 미술관이 복합된 건축물로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독창적인 건축 설계를 엿볼 수 있다. 간접 조명으로만 빛을 밝혀 더욱 신비롭다.

또한 나오시마에서는 오래된 주택과 집을 미술관, 예술 작품으로 꾸며 놓은 곳을 섬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다. 작은 표지판에서 아기자기한 갤러리 카페와 식당, 아담하면서도 옛 정취가 묻어나는 상점들, 알록달록 그림을 그려놓은 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예술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골목길을 따라 가며 만나는 풍경 하나하나가 그림이 되는 곳 나오시마. 덕분에 섬에 머무는 내내 마음에는 여유가 생기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기분 좋은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오카야마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 약 1시간 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