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가장 예쁜 도시를 꼽는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이기도 해서 연인들의 여행지로 알려진 베로나(Verona)를 빼놓을 수 없다. 베로나는 이탈리아 베네토주에서 베네치아 다음으로 큰 도시지만 걸어서 여행해도 좋을 만큼 편안한 여행지다. 베네토 평원을 S자로 흐르는 아디제강 양쪽으로 붉은색 지붕이 다닥다닥 붙은 저층 건물들이 영상처럼 눈에 들어온다. 강물로 갈라진 두 지역을 연결하며 소통로 역할을 하는 몇 개의 다리가 이국적이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석회암 건축자재 로소를 사용해 지은 분홍빛 건물들은 베로나 색채를 지배하는 듯하다.



◆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아레나

= 기차역을 따라 시내에 접어들면 브라나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 1세기쯤에 건설되었던 로마 콜로세움처럼 원형극장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아레나`라고 불리는 이 고대 원형극장은 가장 넓은 곳이 152m, 좁은 곳이 128m, 높이가 30m에 달하는 건축물이다. 분홍빛 대리석으로 만든 관중석은 2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매년 7월에서 9월 사이에 베르디나 푸치니 같은 주옥같은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다. 아디제강을 가로질러 놓인 산피에트로 다리를 건너면 언덕에 지은 집들이 강렬한 색채로 반긴다. 언덕으로 놓인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산 피에트로 성이다. 도시 중심을 시원하게 흐르는 아디제강을 가로지르는 예쁜 돌다리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경을 구경하기에 좋은 곳이다. 원형극장 아레나가 보이고 에르베광장 탑들도 빨간 지붕들 사이로 우뚝우뚝 솟아 있다. 산 피에트로 성을 베로나 군주들이 요새로 만든 것은 민중들 반란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 시장이 열리는 에르베 광장

= 베로나의 중심은 역시 에르베 광장이다. 로마시대에는 포로로마노라고 불리며 시민재판이나 정치 집회를 했던 광장이었기에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듯하다. 에르베라는 이름은 약초를 사고팔던 시장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다. 지금도 매일 장이 서서 노점상들이 야채부터 구운 돼지고기까지 사고팔며 이방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광장 한쪽 진입구 중 하나에는 `갈비뼈 아치`라는 통로가 있다.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이면서 광장으로 진입하는 문 역할을 하는 아치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고래 갈비뼈 하나가 매달려 있다. 이 아치를 지나갈 때 고래 갈비뼈가 떨어지면 그 사람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전해온다.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고래 갈비뼈는 떨어지지 않고 지금도 매달려 있다.

◆ 미술관으로 쓰이는 카스텔 베키오

= 아디제강을 가로질러 스칼리제르 다리를 건너면 카스텔 베키오 성과 대면하게 된다. 14세기 칸 그란데 2세 명령으로 건립된 베로나의 상징물로서 베로나 명문 귀족이었던 스칼라 가문 저택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시립미술관으로 개조돼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1층은 피사넬로, 지암보노, 카르파초, 벨리니 등 12세기에서 16세기 사이 베로나 미술사 변천과정을 짚어볼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고, 2층은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과 무기 보석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줄리엣의 집을 찾아서

= "줄리엣, 맹세해.

저 나무 높은 가지 끝에 은빛으로 빛나는 달빛에 걸고."

"달에 걸고 맹세하지 마세요. 달은 찼다 이지러졌다 하잖아요.

당신 마음이 그렇게 변하면 곤란해요."

가문의 반대로 비극적인 사랑을 해야 했던 연인 이야기를 그린 셰익스피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실제 무대는 베로나다. 카펠로 거리 27번지를 찾아가면 `카사 디 줄리에타`라고 불리는 줄리엣의 집이 사인보드와 함께 눈에 띈다. 이 집이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데는 줄리엣 방과 발코니가 13세기 주택으로 재현돼 있기 때문이다. 몬테규가와 카플렛가 반목을 무릅쓰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린 여주인공 줄리엣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아치형 굴처럼 생긴 현관에 들어서면 양쪽 벽에 수많은 쪽지가 붙어 있어 줄리엣과 로미오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세계 여행자들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담쟁이 덩굴 아래 줄리엣의 동상은 실물 크기로 제작돼 관광객을 맞는다. 그녀 가슴을 만지면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는 소문이 줄리엣 가슴을 반짝반짝 황금빛이 나도록 만들었다.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를 내면 줄리엣의 발코니에도 오를 수 있다.

시뇨리 광장 동쪽, 아르케 스칼리제르 거리에는 `카사 디 로메오`라 이름 붙은 로미오의 집도 있어 실제했던 이야기로 신빙성을 더해준다. 줄리엣 무덤도 있다. 폰티에르 거리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 지하에 가면 화려한 장식의 돌로 된 관 속에 줄리엣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 베로나 가는 길

알이탈리아항공이 대한항공과 코드셰어(좌석대여협정)로 인천~밀라노~로마 항공편을 주 3회 운항한다. 오후 1시 20분에 출발해 밀라노까지 11시간30분 소요된다. 밀라노에서 베로나까지 가는 기차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 베로나 구경은 이렇게 하세요

베로나는 주요 볼거리가 수로를 따라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으므로 천천히 걸으면서 여유 있게 여행할 것을 권한다. 기차역에서 브라나광장 아레나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아레나를 본 다음 줄리엣의 집까지는 5분 거리다. 여기서 수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에르베 광장이다. 아레나에서 스칼리제르까지도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