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북서쪽 약 65㎞ 지점에 자리한 로마의 관문 항구 치비타베키아항은 이미 로마의 유명세에 힘입어 크루즈선 전용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을 모두 갖춘 항구다.

 

인구 6만여명에 불과한 항구도시이지만 로마까지 버스로 1시간30분 밖에 걸리지 않아 로마를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은 반드시 이곳을 거친다.

 

코스타, 로얄캐리비언, 오세아니아, 리젠트세븐시, 셀러브리티 등 대형국제여객선사의 대형크루즈선은 항상 기항한다.

 

내항은 부두가 12개 선석이지만 대부분 페리나 화물선이 사용하는 바람에 대형 국제크루즈선은 외항 도크에 접안하는 형편이다.

 

도크는 수심이 6~18m에 이르고 부두길이가 5천600m 로 외해로 길게 뻗어 나간 형태이고 수심은 6m~18m에 이른다.

 

무려 28개의 선석을 갖춘 항구는 크고 작은 여객선과 화물선, 심지어 대형군함까지 접안 가능하다.

 

항구는 3만6000㎡ 화물창고, 1만2500㎡의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다.

 

항만공사에 따르면 연간 900여척 크루즈선이 160만명의 여객을 실어날랐고 연안 페리를 합치면 승객은 380만명에 이른다.

 

치비타베키아는 도시의 3/4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파괴됐으나 재건사업으로 더 넓은 지역까지 복구했다.

 

해상교통이외 야금공장, 화력발전소, 기계연구소, 화학·시멘트·증류주 공장 등이 발달했다.

 

지중해 인근 연안 여객선 운항도 매우 활발한 항구여서 전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들이 로마 동부도시를 여행할 때 주요한 출발점이 되고있다.

 

각종 여객선사들의 운항표를 살펴보면 항로 또한 지중해 안팎을 망라한다.

 

여객운항사로는 널리 알려진 모비라인을 비롯 코르시카 사르디니아 페리, 그리말디 페리 그랑내비 벨로치, 페로비 델로 스타토 등이 있다.

 

이들 여객선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북아프리카 튀니지까지 이어지며 특히 페로비 델로 스타토는 철도와 연계한 여객선을 운항한다.

 

도크 육지방향 끝지점 부두에 자리한 국제여객터미널은 풍선형으로 가건물 비슷한 시설이지만 크루즈 관광객들의 복장이 간편한 만큼 검색과 검역 또한 간단하게 이뤄진다.

 

이처럼 항만이 컨테이너 물동량 뿐만 아니라 크루즈 관광객 중심으로 비중이 재편되자 이탈리아정부는 항만의 환경을 살리고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그린프로젝트를 추진해 눈길을 끌었다.

 

인근에 수년전 자리잡은 열병합발전소가 주민들의 주거환경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치면서 환경단체의 철거요구 또한 숙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항만 신재생에너지 공급사업은 '콜드 아이어닝'계획이라 불린다.

 

부두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갖추고 지상용 전기버스나 항만조명에 필요한 전기를, 외곽에는 풍력터빈으로 선박과 기타 시설에 필요한 전기를 각각 공급한다는 것이다.

 

'콜드 아이어닝'이란 엔진을 멈추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의 화물 선·하적 작업 중 비상용 장비, 냉장시설, 냉난방 시설, 조명 등을 가동하기 위한 필요전력을 항구시설에서 공급한다는 뜻이다.

 

과거 증기선이 석탄을 태우는 강철엔진이지만 항구에 정박해 더 이상 석탄을 태우지 않을땐 차갑게 식는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중해의 크루즈관광객 급증을 내다보고 국내 최대전력업체 에넬(ENEL)과 계약을 맺고 관문항에 대한 콜드 아이어닝 시스템 도입을서둘러왔다.

 

서부지중해 동남쪽 가운데 자리한 사르데냐 섬과 페리 호로 연결되는 티레니아해안의 치비타베키아항은 트라야누스 황제가 2세기에 켄툼켈라라고 알려진 해안에 건설했다.

 

라이아노 항구 즉 트라야누스항구는 현대 항구 중심지역에 옛 형태를 그대로 잘 보존된 상태다.

 

이 도시는 로마 말기에 번성했지만 반달족의 공격을 받았고 828년 사라센족에 의해 파괴되었고 주민들이 알루미에레 산맥으로 도망가자 교황 레오 4세가 854년 성벽을 쌓아 건설했다.

 

후일 주민들은 옛 거주지로 되돌아갔고 여기에서 '옛 도시'를 뜻하는 치비타베키아라는 지명이 유래됐다.

 

교황 파울루스 3세가 의뢰한 아성(牙城)은 도나토 브라만테가 설계했으며,1537년 미켈란젤로가 완성시킨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관광객들사이에는 미켈란젤로성이라고 불린다.

 

1508년 해군 병기공장이 자리한 치비타베키아는 1870년 이탈리아왕국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교황령 가운데 가장 요새화된 항구로 알려졌다.

 

1831년 영사로 부임한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이 도시를 따분한 고장으로만 여겼지만 10년간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로마의 관문항으로, 가장 아름답고 흥미있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한 치비타베키아는 앞으로 크루즈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모으는데는 아무런 손색없는 항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