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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해외 여행] 호주 카리지니 국립공원 |
2011-11-09 14:3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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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루’ 지나간 흔적 따라 원시 지구 2480km
최근 한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의 오지가 있다. 호주 대륙 북서쪽에 있는 카리지니(Karigini)국립공원이다. 이 국립공원이 최근 국내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카리지니 국립공원을 다녀온 뒤로 이 막막한 오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됐다.
카리지니 국립공원에는 ‘고지(Gorge)’라고 불리는 협곡이 있다. 지상에서 100m 아래로 깊고도 날카로운 홈이 파여 있는데 이게 고지다. 그 위태위태하고 가파른 틈새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는 일이 카리지니 국립공원을 탐방하는 방법이다.
◇거대한 뱀의 전설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있는 서호주 북부 필브라(Pilbra) 지역은 세계적인 지질학적 보고다. 국립공원에 있는 아홉 개의 고지 덕분이다. 이 고지라는 지형이 형성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35억∼45억 년 전의 해저 바닥에 수십 억년 동안 해저 화산이 터지고 흙이 쌓이는 과정을 거듭했고, 세월이 흐르며 물이 빠져나가 지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다시 오랜 세월 풍화ㆍ침식ㆍ단층 작용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아무튼, 이 복잡한 해설의 결론은 단 하나다. 원시 지구의 모습이 카리지니 고지 아래에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카리지니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Aborigine)의 성지이기도 하다. 애버리진 언어인 카리지니는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애버리진이 이 신성한 공간에 모여 신성한 의식을 치렀음을 이름에서 알 수 있다. 애버리진 사이에는 고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호주 대륙이 막 생성됐을 때 ‘왈루(Walu)’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다뱀이 살았다. 바다에서 뛰쳐나온 왈루는 호주 대륙의 서북쪽에 있는 붉은 땅을 헤치고 지나갔는데, 왈루가 지난 흔적을 따라 깊은 물길이 생겼다. 그 물길은 서쪽 해안의 닝갈루(Ningaloo)부터 내륙의 카리지니를 거쳐 북쪽 해안의 브룸(Broome)까지 연결된다.”
이 전설이 이른바 ‘왈루의 길’이다. 닝갈루부터 브룸까지 2480㎞나 이어지는 이 길은 현재 호주 아웃백(Outback, 오지)을 탐험하는 대표적인 오프로드 코스이기도 한데, 이 길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구간이 바로 카리지니의 고지다. 애버리진 전설처럼 카리지니의 고지는 뱀이 지나간 흔적을 닮아있다.
◇카리지니를 탐험하는 방법
카리지니 국립공원은 지평선처럼 드넓은 평원 위에 있다. 그 지평선이 별안간 눈 앞에서 사라진다. 대신에 발 아래로 깎아지르는 붉은 낭떠러지가 땅 아래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우리 일행은 카리지니에 있는 고지 9개를 하나씩 섭렵해 갔다. 고지마다 난이도가 달랐는데, 녹스 고지(Knox Gorge)나 데일스 고지(Dales Gorge)는 가벼운 트레킹에 가까웠다. 반면 조프리 고지(Joffre Gorge)는 거의 직각으로 서 있는 붉은 절벽을 걸어서 내려가야 했다. 층층이 쌓인 바위 층을 손과 발로 차례로 붙잡고 디디면서 조심조심 내려갔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 핸콕 고지(Hancock Gorge)였다. 이 고지의 별명이 ‘지구의 중심(Center of the Earth)’이다. 카리지니에서 가장 깊은 고지로 지상에서 105m를 내려가야 한다. 워낙 가팔라 두 차례에 걸쳐 자일에 매달려 30m쯤 이동해야 한다. 발 아래로는 4∼5m 높이의 벼랑이고, 벼랑 아래에는 어른 키가 훌쩍 넘는 웅덩이가 파여 있다.
온갖 안전장비 갖추고 자일에 의지한 채 내려간 곳에는 태고의 빛깔을 머금은 연못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여기가 지구의 중심이었다. 당장 눈 앞에서 거대한 뱀 한 마리가 솟구쳐 승천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핸콕 고지를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는 꼬박 6시간이 걸렸다. 다시 자일에 매달려 절벽을 기어오르다 문득 낯선 느낌을 받았다. 일정을 마치는 하산의 절차인데, 걸음은 위를 향하고 있었다.
◆여행정보
호주 서북쪽에 있는 카리지니 국립공원을 가려면 서호주 주도 퍼스(Perth)를 거쳐야 한다. 퍼스에서 국내선 항공을 갈아타고 파라버두(Paraburdoo)까지 간 뒤 다시 버스와 4륜 구동 자동차를 타고 3시간쯤 더 가야 카리지니 국립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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