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오키나와, 인천에서 2시간 `꿈의 산호섬'
일본? 아니다. 눈으로는 정말이지 일본이 아니다. 도쿄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도, 만물을 뒤덮어버린 홋카이도의 새하얀 눈도, 심지어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코스인 온천도 없다. 일본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오직 귀에 들리는 사람들 대화와 눈에 간간이 띄는 간판 글자뿐이다. 차라리 동남아 같기도 하다. 작렬하는 태양과 간간이 하늘에서 뿌려대는 스콜, 열대지방에서나 보던 새파란 잎사귀가 풍성한 관상목들은 영락없이 동남아 분위기다.
일본 열도에서 가장 남쪽 끝, 규슈에서 남쪽으로 약 685㎞ 떨어진 바다 위에 남북으로 늘어선 크고 작은 150여 개 섬이 모인 곳이 오키나와현(沖繩縣)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10분. 거기에 일본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어한다는 오키나와 산호섬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류큐 왕국의 흔적
오키나와 관문인 나하(那覇)공항을 빠져나오자 더운 공기와 함께 전해지는 남국 향기가 콧등을 간지럽힌다. 대도시 서울의 잿빛 풍경에 익숙한 이들에게 오키나와는 꽤 훌륭한 선물이다. 잠깐 역사를 볼까. 오키나와 본래 주인은 1429년부터 450년 동안 통일왕국을 이뤘던 류큐(琉球)왕국이다. 1879년 일본에 복속돼 오키나와현이 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1973년까지 미국 지배를 받다가 다시 일본에 환수되는 등 굴곡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섬 구석구석 류큐왕국 흔적들이 편린처럼 흩어졌지만 오키나와 역사를 알고 싶다면 오키나와 중부에 위치한 슈리성(首里城)에 가봐야 한다. 슈리성은 2차 대전 당시 소실됐지만 1992년 11월 복원을 마치고 대중에 공개된 성이다. 동중국해와 나하시가 한눈에 굽어보이는 구릉지에 건축된 이 성은 류큐왕국 때 정치ㆍ외교ㆍ문화 중심지였다고 한다.
붉은 외관, 곡선으로 처리된 처마 등 중국과 일본 문화를 적절히 융합한 건축양식 덕분에 2000년 유네스코(UNESCO)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슈리성을 둘러싸고 있는 현무암 재질 돌담이 고즈넉하다.
슈리성과 함께 오키나와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만자모(万座毛)다.
18세기 류큐왕국 쇼케이왕이 이 벌판을 보고 "1만명은 족히 앉아도 넉넉한 벌판"이라고 말한 데서 `만자모`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수천 년 동안 침식된 석회암이 기괴한 모습을 한 절벽을 만들어 코끼리 코와 같은 형상을 만들었고, 여기에 숨막히게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오키나와에 왔다 갔다`는 인증샷을 찍기 위에 더 없이 좋은 `포토 포인트`다.
◆사케 한잔에…길거리 공연에 취해
옛 류큐왕국 전통을 살려놓은 관광지가 오키나와 남쪽에 위치한 `오키나와월드`다. 전통가옥의 빨간 기와 위에 올려진 `시사(사자를 닮은 상상 속 동물)`가 눈에 띈다. 숫시사와 암시사가 한 쌍인데, 숫시사는 복을 받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고, 암시사는 들어온 복을 나가지 못하도록 입을 꽉 다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내내 수도 없이 시사를 마주한 것 같다.
오키나와월드 입구에는 길이 5㎞인 석회동굴 옥천동(교쿠센도)이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890ｍ 코스만 개방하고 있다. 동굴 천장을 가득 메운 종유석과 바닥에서 자라나는 석순, 그리고 두 개가 만나 이뤄진 석주(기둥)가 장관이다. 석순 사이로 흐르는 물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민물고기와 새우, 가재까지 볼 수 있다. 오키나와섬 북부 서쪽 해안에는 `오키나와 해양박람회(EXPO) 기념공원`이 있다. 이곳은 1975년 국제해양박람회 이후 국영공원으로 재탄생해 오키나와 북부관광 거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해양박람회기념공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라우미 수족관`을 품고 있다. 2002년 11월에 개장한 주라우미 수족관은 바닷속 풍경을 그대로 관광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4층으로 된 이 수족관은 물고기와 심해저 생물 1만6000여 마리를 만날 수 있어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이 수족관을 대표하는 것은 길이 8ｍ짜리 진베상어다. 진베상어와 초대형 가오리들이 유영하는 것만큼이나 그들을 보기 위해 대형 아크릴 터널 앞에 모여든 사람들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나하시에는 `기적의 1마일`이라 불리는 길이 1.6㎞ 왕복 2차 도로, `국제(코쿠사이)거리`가 있다. 국제거리를 따라 백화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가게, 선술집 등이 즐비하다. 서울 이태원거리를 닮은 국제거리에서는 일요일마다 화려한 거리공원이 펼쳐진다. 오키나와 밤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국제거리 선술집에서 `아와모리`(오키나와 특산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심에 따라 각양각색 `수중낙원`
"반드시 해양스포츠를 해보세요. 이왕이면 스쿠버다이빙을 권합니다. 오키나와에서 깨끗한 물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오키나와를 반만 안 것입니다."
도모지 야라 오키나와관광청 국내외 관광유치국 부장(52)이 참으로 간절한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말한다. 오키나와 바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믿기 어려운 말`도 덧붙인다. 설마 하지만 딱 한 번만 바닷속에 들어가 보면 그의 말에 100% 공감하게 된다. 혹시 `지진 영향`을 걱정하는 독자들에게 미리 말한다. 오키나와는 3월 대지진 진원지에서 1760㎞나 떨어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1240㎞ 떨어진 서울보다도 먼 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