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 김밥과 삶은 계란, 사이다 하나만 싸서 떠나도 즐거웠던 것이 나만의 수학여행이었다. 요즘의 수학여행은 어떨까. 이전보다 훨씬 화려하고 다양해졌다. 경주 일색이었던 여행지는 제주도와 전국 각지,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관광 중심의 단조로운 여행에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위주 테마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지를 살펴보면 1990년 후반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중국, 일본으로 대상이 넓어졌다. 또 이전에는 모든 학생이 함께 단체여행을 다녔지만 학년별로 많게는 5개 지역으로 나뉘어 수학여행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예나 지금이나 수학여행의 가장 큰 고민은 숙박과 식사 장소. 100여 명 학생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안전한 숙박시설과 식사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김성진 브이아이피여행사 사장은 “교육청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는 테마형식의 수학여행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 된다"며 "체험 위주의 다양한 수학여행 코스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 제주도부터 육지권까지 다양 ◆

1990년 가장 인기 있는 수학여행지는 제주도였다. 그동안 대표적인 허니문 여행 장소로 인기를 끌던 제주도가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수학여행이 대거 몰리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1970~1980년대 인기 여행지였던 경주와 설악산 주변은 그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수학여행지로 제주도는 지금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보통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으로 제주 동쪽과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이 이뤄진다. 한라산 등반이나 오름 등반이 포함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2시간 이내 코스 올레길 체험도 인기다. 항공 좌석이 부족해 인천항에서 선편을 이용하는 수학여행도 크게 늘었는데 선박과 항공편을 동시에 이용하는 복합상품도 있다. 선상 불꽃놀이, 선내 레크리에이션 등 이벤트도 가능하다.

성산일출봉, 제주민속촌, 섭지코지, 우도 등은 기본 코스에 포함되며 서바이벌게임, 카트탑승 등 체험도 빠지지 않는다. 400~500명 이상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식당이 많은 성읍민속촌과 정방폭포, 천지연ㆍ천제연폭포, 주상절리, 외돌개, 마라도 등 관광지가 많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의 지침 변경으로 학년별로 운영하던 기존 수학여행이 3개 반 정도만 출발하는 소규모 테마형태로 바뀌면서 육지권 수학여행도 활성화되고 있다. 통영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권에서 거제와 부산까지 포함하는 2박3일 일정이 주를 이룬다. 통영 케이블카, 이순신 장군 테마관광이 주요 코스다.

국립 고흥 청소년우주센터에서 운영하는 과학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3개 반 학생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고 숙식이 해결되는 장점도 있다. 올해 5월에는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돼 가을 수학여행의 경우 여수박람회와 남해안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도 가능하다.

◆ 해외 / 중국ㆍ일본ㆍ동남아 인기 ◆

 

해외 수학여행은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이 인기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으로 구분되는데 베이징에서는 만리장성과 쯔진청, 이화원, 명13릉, 용경협 등이 주요 볼거리다. 상하이에서는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도시적 이미지를 느낄 수 있으며 항저우ㆍ쑤저우까지 다녀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규슈 지방. 선박을 이용하면 4박5일, 항공편을 이용하면 3박4일 일정이 가능하다. 규슈 벳푸 온천과 아소산, 유후인 온천거리,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를 주로 둘러본다.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곳은 역시 일본 수도 도쿄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이용해 오사카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경비가 비교적 비싸지만 대표 도시 2곳을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즈니랜드도 둘러볼 수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학여행지를 꼽자면 바로 싱가포르. 깨끗한 도시 이미지와 다양한 먹을거리가 장점이다. 보통 수학여행에서는 싱가포르와 함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를 코스에 포함시킨다. 싱가포르 시내전경을 볼 수 있는 플라이어 회전 관람차,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참여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센토사 섬, 국립식물원인 보타닉가든, 크루즈 야경투어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다.

동남아 수학여행은 보통 한국에서 저녁에 출발하고 새벽에 도착해 3박5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대만 지역에서는 타이베이와 화롄을 방문하는 3박4일 일정이 인기다. 대만 고속열차 체험이 포함되며 화롄의 타이루거 협곡, 야류 해양공원 등을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