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오로라가 나타나는 시간을 맞추고, 잘 보이는 장소까지 접근해야 하며,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여야 해요. 다행히 오늘은 이 모든 게 맞은 것 같군요.”

오로라 탐사 가이드인 잭이 차에 오르며 말한다. 그러나 오로라를 못 보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잭이 잠시 차에서 내려 하늘을 본다. “거의 다 왔습니다.” 하늘에 아무것도 없는데 거의 다 왔다니…. 일행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눈치다.

30여분을 더 달렸다.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기는 순간 갑자기 차가 멈췄다. 잭이 말했다. “다 왔습니다.” 차 문을 열자 녹색의 오로라가 머리 위로 길게 펼쳐졌다.

◆북극권 최대 도시 트롬쇠

노르웨이 북부 지역에 있는 트롬쇠는 북극권에서 가장 큰 도시다. 세계 최북단의 대학과 성당, 골프장 등에 관한 명성도 많이 갖고 있다. ‘북극의 파리’라는 별명답게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지구촌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맥주공장 ‘맥’에서 북극 맥주를 맛볼 수 있다.

트롬쇠 시내는 피오르 안의 섬에 자리잡고 있다. 다리를 건너자 삼각형 모양의 성당이 우뚝 서 있다. 그 뒤의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산 위 전망대에 서자 시내 전경과 피오르가 한눈에 들어온다.

북극지방의 전통적인 운송수단이었던 개썰매 체험이 흥미롭다. 6~8마리의 허스키가 썰매를 끌고 달린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제법 빠르게 오르내린다. 중간 중간 헐떡거리며 쉬는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한 감이 들기도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속도을 즐기다 보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싹 가신다. 원주민들의 전통식 텐트로 만든 식당에 가니 순록고기 요리가 나온다. 부드러운 육질이 닭고기와 비슷하다.

◆11년 주기로 찾아오는 오로라 쇼

오로라는 지구의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신비의 빛이다. 태양에서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지구의 자기장에 잡혀 극지방으로 이끌려 내려오다가 지구 대기와 반응해 빛나는 현상이다. 태양의 표면 활동은 11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한다. 작년부터 태양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최근에 오로라 출현이 잦다고 한다.

오로라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하늘 가득히 펼쳐지기도 한다. 오로라가 발생하는 지역은 북위 65~70도. 북위 69도에 있는 트롬쇠는 오로라를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따뜻한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춥지 않고 교통이나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오로라는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나타난다. 개썰매를 타거나 전통식 텐트에서 숙박하며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투어도 있다.

◆러시아 국경도시 키르케네스

러시아와 맞닿은 노르웨이 북동쪽 끝으로 간다. 이곳 키르케네스에선 다양한 북극권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피오르에서 킹크랩 낚시를 하는 사파리가 인기다. 겨울에는 피오르가 얼어 스노모빌을 타고 빙판 위로 달려가 빙어낚시하듯 얼음을 깨고 킹크랩을 그물로 건져 올린다. 잡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잡아올린 킹크랩을 바로 삶아 먹는 맛은 잊을 수 없다.

눈을 쌓아 만든 스노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거대한 이글루로 만든 호텔 내부는 얼음 조각상과 눈 벽화로 꾸며져 있다. 바깥은 영하 20도의 혹한이지만 스노 호텔 내부는 영하 5도를 유지한다. 두터운 침낭 속에 들어가서 자니 춥지 않다. 호텔 옆에 사우나가 있어 몸을 덥힐 수 있다.

스노모빌을 타고 눈밭을 달리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스노모빌은 스쿠터처럼 생겼지만 바퀴 대신 눈에서 달리기 쉬운 벨트로 움직인다. 간단히 작동법을 배우고 운전할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꽁꽁 언 호수 위를 달려본다. 헬멧을 써서 추위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호수 한복판에 잠시 스노모빌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라이트를 끄니 어둠 위에 오로라가 펼쳐진다. 트롬쇠에서는 힘들게 봤던 오로라를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푹신한 눈밭에 누워 한참동안 빛의 향연을 눈 속에 담고 다시 달린다.

◆ 여행 팁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핀란드 헬싱키, 덴마크 코펜하겐 등을 경유해야 한다. 도쿄나 베이징에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을 타면 코펜하겐을 경유해 오슬로로 갈 수 있다. 오슬로에서 트롬쇠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노르웨이 북부는 산악지대가 많아 육상교통보다 항공편이 잘 연결돼 있다.

트롬쇠에서는 12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해가 뜨지 않는다. 1월 말이 되면 오전 9시 무렵부터 환해지고 지평선에 잠깐 해가 떠 있다가 오후 3시면 깜깜해진다. 반면 5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지속된다. 오로라를 사진에 담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최소 5초 이상 노출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단위는 크로네이고 물가는 비싼 편. 1크로네가 200원가량인데 작은 햄버거 세트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